임대료 급등 캘리포니아, 홈리스 16% 증가
LA선 차량 생활하는 사람만 1만6천명 달해

비영리 단체, 경비원이 지키는 주차장 제공
강도·성폭행 걱정 덜고 홈리스 탈출 새희망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의 스키드로에서 23일 크리스마스 축하 행사가 열려 음식 등을 받으려는 홈리스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로스앤젤레스/EPA 연합뉴스







우버 운전기사 로런 쿠시(36)는 평소 자신의 준중형차 도요타 프리우스를 티끌 하나 없이 관리하려고 노력한다. 이 차가 돈벌이 수단이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밤이면 제 몸 하나 누일 ‘집’이 되기도 해서다.


쿠시는 로스앤젤레스(LA)에 사는 수많은 여성 ‘홈리스’(노숙자) 중 한 사람이다. 방 하나짜리 아파트 임대료 중간값이 2350달러(274만원)에 이르는 로스앤젤레스의 살인적인 집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거리로 나앉은 것이다. 키 170㎝인 그녀에겐 준중형차 뒷좌석은 발 한번 제대로 뻗기 힘들 정도로 좁다. “매우 불편하죠. 밤마다 몇번씩 깨서 뒤척이기 일쑤죠.”


미국 주택도시개발부는 지난 22일 올해 미국 전역의 홈리스가 56만8천명으로, 지난해보다 2.7%나 늘었다고 발표했다. 높은 집값으로 악명 높은 캘리포니아에서만 홈리스가 2만1306명(16.4%)이나 급증해 15만명 선까지 치솟은 게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로스앤젤레스의 홈리스는 6만명 수준으로, 이 가운데 1만6천명이 쿠시처럼 차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23일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보다 집값 상승세가 더 가파른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차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늘어, 최근 빈민가인 베이뷰헌터스포인트에 홈리스들의 낡은 대형 레저용 차량(RV) 여러 대가 거리를 점령하는 진풍경까지 펼쳐지고 있다.


집세를 절약할 수 있다곤 해도 차 안에서 산다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화장실은 물론 씻을 공간조차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미국 대부분의 도시는 노숙 자체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매일 밤 주차된 차 창문 밖으로 온갖 소음과 위협이 몰려든다.


쿠시가 노숙생활 탈출이라는 희망을 꿈꾸게 된 건, 1년 전 비영리단체 ‘세이프 파킹 엘에이’가 운영하는 주차장에 머물기 시작하면서다. 이 단체는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홈리스들이 안전하게 차를 대고 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경비원을 고용해 한밤중 주차장을 안전하게 지켜줄 뿐만 아니라, 화장실 등 시설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곳에 머무는 홈리스들에게 샤워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체육시설 등의 서비스는 물론, 직업 관련 프로그램도 연계해주고 있다.


2004년 샌타바버라에서 처음으로 이런 공간이 마련되기 시작한 이래, 임대료 상승이 가팔라지면서 샌디에이고와 오클랜드, 새너제이,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캘리포니아 전역에 이런 안전주차공간이 마련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지난해 3월 한인타운의 한 교회가 공간을 제공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8곳에 120개의 주차공간이 마련됐다.


쿠시는 이곳을 통해 저소득층 여성을 위한 16주짜리 집중 컴퓨터 코딩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시엔엔>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이곳에 머물면서부터 한밤중에 강간이나 강도 피해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지 않게 됐다”며 “언젠가는 더 나은 직업을 얻고,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